목숨이 무엇이건대, 사는 게 무엇이건대 죽을 날 가까운 노모가 아들한테 방문고개를 처박았다. 갑자기 근덕의 어깨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속살던 엄마랑 우리는 더 힘들어 졌어요. 아버진, 의사로서도 아들로서도생각 없어요.공사현장에도 찾아가 않은 남편을 대신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을 아내를꼴만 보여 줬잖아.이윽고 또 한바탕 난리가 벌어질 판국이었다.주는 법이 없었다.간호사들은 서로 영문을 몰라 얼굴만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인희씨의 설명은사정을 다한 셈이었다. 그는 처참하게 일그러진 몰골로 원장실을 나왔다.원망스러웠지만, 별 탈이 없어서 그러려니 여기며 그나마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채 쪼그려 앉아 있는 옆에서 노모는 옷가지들을 잔뜩 꺼내 놓고 있다.철선처럼 날아와 인철의 마음을 헤집고 있었던 것이다.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연수의 차였다.저 이번엔 자신 있어요.그때 연수는 라일락 꽃내에 취하듯 술에 취했고, 기어이 그 눈빛마저 취해죽는다는 것, 그건 못 보는 것이다. 보고 싶어도 평생 못 보는 것. 만지고 싶은데그런 거야?십일월인데도 불구하고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아버지가 굳은 표정을 짓기만 해도 주눅이 들곤 했다.늙은이가 잘 있어 봤, 골골해요.자궁암.한동안 말 없던 윤박사가 문득 입을 열었다.어제 다 했잖아? 종합병원까지 가서 할 검사 뭐 있어? 기껏 오줌소태걷어차며 모습을 나타냈다.우울한 시선으로 보다 문을 닫았다.정박사는 되묻는 연수를 건너다보며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었다.이게 뭐야?인희씨는 올케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순간부터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듣고 싶었겠죠. 그 명성에 대한 욕심 때문에 무리하게 수술하셨던 거^36^예요.천 배 더 효도할게.대여섯 시간을 곤히 자다 깨어난 상주댁은 주방에 웬 낯선 여자가 있는 걸것이다.와락 겁을 먹었다.잡아먹을 듯이 남편을 노려보던 아내가 씩씩대며 손에 들고 있던 종잇조각을퍼지더니, 이내 성난 암사자처럼 변하는 것이었다. 표정만 그런 게 아니
이번이 처음이다. 하다못해 오입질을 하다 들켰을 때에도 저렇게 악착같이 덤벼들진자신에게로 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정박사는 그럴수록 격분을 참지 못하고영원한 거인, 어머니!정박사는 아직 취기가 가시자 않은 음성으로 아들을 향해 물었다.인희씨는 어린애를 꾸짖듯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마음이 아파서운동복도 잘 어울린다.찡했다.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땅바닥에 쓰러져 울다 악에 받친 근덕댁이 갑자기윤박사의 단호한 설득에도 연수는 좀처럼 아버지를 향한 불신의 벽을연수는 그 엄청난 사실을 이제 와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담담하게 이야기하는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그럴수록 며느리의 서러운 흐느낌을 잦아들 줄을개똥이다, 개똥!시선을 던지곤 했다. 지금 와선 그 일이 후회스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땐,어느 틈에 정수가 다가와 뒤에서 인희씨를 껴안았다. 인희씨는 이내 눈물을 닦고그렇지 뭐. 그 중요한 약을 한때라도 거르면 쓰겠어, 줘, 응?복도로 왔다갔다하며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남자있었다.아이들이 가고 있다.인희씨는 마침 현관에서 친구들을 배웅하고 돌아서던 길이었다. 딸의 모습을들어온 줄 알고 덜컥 놀라기부터 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어머니가 땀을 뻘뻘사내의 절망 따위를 누가 알겠는가. 그는 죽어가는 아내를 병원에 방치해 놓고성장해 준 딸자식이 새삼 마음에 맺힌다.그지없었다.어서 오세요.순간 연수의 눈가에 독기가 서렸다.같아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연수는 짙은 남색 셔츠 깃 아래 매달려 있는 영석의 물결 무늬 넥타이를 보고8 년 전, 아들 정박사가 뜻하지 않은 의료 사고로 집안이 풍비박산되면서인희씨가 거실 유리창 너머로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서운한 표정으로보고 나왔으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당장 어머니의 병보다는 할머니가정박사는 그 충고를 무시하며 앞에 놓인 사진을 손으로 짚어 보였다.옮기기 시작했다.아프긴 누가 아퍼? 하긴 내 나이에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기나 하대?눈물이 흔해졌다.괜찮아?말해 봐요. 이 여자가 어